"지하차도 위험 처음부터 말했는데…" 오송읍 주민들 '탄식'

입력 2023-07-17 17:12   수정 2023-07-17 17:17

17일 찾은 충북 청주 흥덕구 오송읍의 궁평3구 마을엔 수해를 입은 흔적이 군데군데 보였다. 온종일 뜨거운 뙤약볕이 비춘 날씨였지만 마을 곳곳엔 물웅덩이가 남아있었다. 성인 남성 무릎 높이를 따라 기다란 흙 띠가 새겨진 비닐하우스도 있었다. 마을에서 이장을 맡은 윤호영 씨(68)는 “이 높이까지 물이 들어찼다”고 말했다. 마을 논밭 끄트머리에선 소방 당국이 동원한 배수 차가 지하차도에 들어찬 물을 뿜어내는 물줄기가 보였다.


궁평3구는 지난 15일 인근 미호천서 범람한 물로 지하터널에 고립돼 인명피해가 발생한 궁평 2 지하차도와 붙어있는 옆 마을이다. 70여 가구가 모여 사는 평화로운 농촌이었지만 불어 넘친 강물이 지하차도를 넘어 이곳까지 덮치면서 마을의 절반이 넘게 물에 잠겼다.
물에 잠긴 농지만 180만평"복구하려면 한 달은 족히 걸려"
이날 마을주민과 외국인 근로자들은 아침부터 망가진 비닐하우스를 수리하느라 바빴다. 찢어진 비닐은 완전히 뜯어내고 안에 있는 농작물들은 갈아엎어야 할 상황이다. 윤 씨는 “물난리가 나서 농사를 포기하는 것은 올해가 처음”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물난리가 났던 날 아침 10시에 긴급하게 대피했다"며 "그나마 다친 사람이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궁평3구만의 문제가 아니다. 남기용 오송읍 이장회의회장은 이번 수해로 오송읍에서만 농지 약 600㎡가 수해를 입었다고 설명했다. 남 회장은 벼농사를 짓는 논에선 방제작업만 하면 되기 때문에 피해가 덜하지만, 호박이나 오이, 파와 같이 비닐하우스에서 재배하는 농작물은 사실상 올해 농사가 끝났다고 했다. 남 회장은 “흙탕물이 들이치면서 하우스 내부가 펄 범벅이 된 곳이 많다”며 “먼저 비닐을 걷어낸 다음에 내부 바닥에 있는 작물을 뜯어내고, 트랙터를 들여보내 바닥을 전체적으로 갈아엎어야 한다”고 말했다.

피해가 복구되려면 시간이 한참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손을 돕기 위해 시청 직원들과 자원봉사센터 인력이 투입되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지적이다. 남 회장은 “2017년 오송읍 호계리에 물난리가 났을 때 전부 복구하는 데 23일가량 걸렸다”고 했다. 당시 침수 피해를 본 지역은 이번 피해 규모의 10%가 채 되지 않는다.
"지하차도는 위험할텐데" 건설 초기부터 우려 목소리
마을 주민들 가운데엔 처음부터 궁평 2 지하차도를 지금 같은 방식으로 건설하지 말았어야 한다고 보는 목소리가 많다. 윤 씨는 6년 전 지하차도 공사 시작 단계부터 이번 건설을 반대했다고 말했다.

그는 가까운 거리에 하천이 있어 비가 쏟아지면 자칫 물이 역류해 터널 쪽으로 흐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윤 씨는 “배수펌프와 같이 터널 내부에 설치될 안전시설을 항시 가동해야 하는데 이 비용이 만만치 않고, 관리비도 상당할 것”이라 내다봤다. 윤 씨는 “젊은 시절 건설 회사에서 노무 일을 오래 한 데다 이곳 동네의 지리를 잘 알고 있어 도로가 어떤 식으로 만들어져야 안전한지 잘 안다”고 말했다.


윤 씨는 매월 한 번씩 열리는 오송읍 이장 회의에서 궁평 2 지하차도를 지상으로 건설하는 게 낫다고 말했지만, 소용이 없었다고 했다. 시청에서도 여러 가지 이유로 난색을 보였다고 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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